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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제2외국어 도전기
    공부 관련 이야기 2018. 9. 30. 11:50

    어렸을 때부터 TV를 보면 '4~5개국어가 능통한 사람' 이런 소개가 멋있었다. 중학교 때인가 지금은 훨씬 더 유명인사가 된 조승연의 책 <공부의 기술>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이 책에 '세계시민'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세계 어디서든 활동할 수 있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상으로 소개되었던 것 같다. 당연히 몇 가지 외국어도 잘해야 한다. 이런 여러 자극으로 인해 유독 나는 제2외국어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는 바람에 영어 자체에는 소홀해졌지만..

    일본어

    초등학교 때였나 옆 친구가 일본어 히라가나를 외우고 있는 걸 우연히 보고, 신기해서 부모님에게 일본어 책을 사달라고 했었다. '오하요~', '곤니치와' 부터 시작해서 인사말과 자기소개 표현들을 혼자 책을 보고 공부했다. 어순도 같고, 뉘앙스도 쉽게 이해되는 것 같아서 곧 재미를 붙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친구의 추천으로 김지룡의 <미치도록 재미있는 일본어> 1권을 사게 되었다. 히라가나를 알지 못한 사람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모든 표현에 한글 음독이 달려 있었고, 공부하는 책 같다는 느낌보다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편집이 좋았다. 이 책도 한 3번은 읽은 것 같다. 현재 알고 있는 대부분의 표현은 이 책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에 와서는 후지이 아사리의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로는 언어는 소리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책에 있는 내용을 외우고 읽으려고 하기 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일본어 단어와 표현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책도 이러한 저자의 철학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어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었는데, 앞으로 외국어 공부는 후지이 아사리가 추천하는 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아직도 이 책을 다 소화하지 못했는데, 꾸준히 공부할 계획이다.

    중국어

    한국에서는 영어 다음으로 교육열이 높아지고 있는 언어 중 하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공부시간이 적었고, 짧은 기간의 관심에 머문 언어였다.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상하이로 가게 되면서였다. 중국에 가서 한 마디도 못하면 불편할 거 같아서, 고등학교 2학년 때 EBS 라디오에서 저녁시간에 하는 초급 중국어 강의를 들었다. 일본어도 EBS 라디오를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편리한 공부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중국어도 이런 방식으로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래서 대략 몇 달치 강좌를 몰아서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짬짬히 공부했었다. 수학여행 가서 물건 사거나 할 때 배운 걸 써먹기는 했었지만, 중국어가 고작 몇 달 한다고 크게 늘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언어기도 해서 별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별일이 없으면 아마 배울 생각이 들 것 같지는 않다.

    독일어

    고등학교 2학년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선택했다. 당시에 나에게 주어진 옵션은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였는데 앞의 2개는 대략 맛을 본 상태였고, 독일어는 이때 아니면 언제 배울까 하는 심정으로 골랐다. 독일어 자체가 워낙 어렵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없는 제2외국어 과목이었다. 그래도 수능에서 시험까지 봐야 하는 과목이었기 때문에 공부는 꽤 열심히 했다. 2년 동안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꾸준히 공부를 해왔고, 두 번 본 수능에서는 모두 50점 만점을 받게 해준 효자과목이었다.

    그러나 독일어 자체가 동사의 성이 3개이고, 관사변화와 동사 변화가 너무나 까다로워서 문장 하나를 뱉으려면 고려해야 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배운 언어중 단연코 가장 까다로운 언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또 나름 독일어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TV에서나 외국인이 말하는 독일어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또박또박 끊어지는 발음대로 천천히 공부했는데 일상생활에서 독일인이 쓰는 독일어는 빠르게 말할 뿐더러 발음도 뭉개진 것처럼 잘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배워도 독일어로 대화하는 걸 기대하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에 수능을 본 이후에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다.

    스페인어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1학년 때 배우게 된 언어가 스페인어다. 대학친구 중 하나가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온 한국인이었는데, 재미삼아 스페인어 몇 가지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 때 친구가 알려준 표현이 아직도 기억난다. "Gracias(감사합니다)", "Encantato de conocerte(알게되서 반갑습니다)". 학교 글쓰기 수업 중에 영화 서평을 쓰는 과제가 있었는데 당시 영화가 "그녀에게(Hable con ella)"라는 스페인 영화였다. 그 영화에서 듣게 된 스페인어는 발음도 재밌고 사람들의 말하는 속도도 매우 빨랐는데 그런 느낌이 흥미로웠다.

    대학교 1학년 때 스페인어 기초를 처음 수강했는데 성적도 잘 나와서 2학년 때도 스페인어 수업 1개를 더 수강하고, 군 제대 후에는 서어서문학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할 지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물론 커리큘럼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바로 포기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스페인어 영화 수업, 라틴아메리카 문학 관련 수업도 수강하면서 관심의 끊을 놓지 않았다.

    현재 직장에 입사한 후에 보니, 회사가 일정 인원을 선발해서 제2외국어 학원 수업을 들으면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는 연수과정이 있었다. 대학 시절의 관심이 아직 식지 않았던 터라 스페인어 과정을 신청했는데 운 좋게도 선발이 되어서 2016년 하반기에 종로에 있는 펠리스 스페인어 학원에서 3개월간 문법 수업을 들었다. 올해도 본 과정에 선발이 되어 2018년 9월 같은 학원에서 "Pre 회화"과정을 들었다. 10월부터는 "회화 초급"을 들을 예정인데, 원어민 선생님이라고 하니 조금 걱정도 되면서도 설레는 마음이 생긴다. 영어 외에는 회화 수준까지 온 외국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도 스페인어를 내 강점 중 하나로 계속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리하며

    여러 언어를 맛보기 식으로 공부해오다 보니, 주변에서는 이러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언어를 회화수준까지 잘 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언어를 조금씩 알다 보니 외국어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 좋았다. 

    예컨대 같은 뿌리를 지닌 사촌지간 언어라 할 수 있는 영어와 독일어는 비슷한 단어가 정말 많고 문법적으로도 유사한 지점이 많아서 공부할 때 편할 때가 많았다. 스페인어에도 있는 여러 라틴어 어근들이 영어 단어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걸 발견하는 것도 재밌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쌓이면서 하나의 언어만을 공부하는 것보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느낀다. 앞으로 만약에 또 다른 언어를 공부하게 된다면, 예전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차근차근 잘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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