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SNS 비판
    카테고리 없음 2017. 5. 8. 00:35

    In the beginning was the Word...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요한복음)

    처음 카톡이 생겼을 때 나는 사회에 없었다. 군대에서 막 전역해서 친구들에게 예전처럼 문자를 보내니 이제 문자로 보내면 불편하다면서 카톡으로 연락하라고 핀잔이 돌아왔다. 단톡방이란 곳에 초대됐다. 그게 2012년이다.


    길어야 고작 6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제는 카톡이 우리의 삶에서 계속 함께 해온 것 마냥 삶을 차지한다. 카톡의 장점이야 셀 수 없이 많고  또 SNS의 다른 대표주자인 페이스북도 매우 편리한 연락수단이다. 페이스북은 친구들의 소식을 먼저 뉴스피드에 보여주며 댓글이나 좋아요 등 더 실시간의 반응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서 아주 빠르게 싸이월드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과연 새로운 통신과 연락의 수단의 등장은 이렇게 해피스토리 뿐일까? SNS는 우리와 친구들을 항상 연결시켜 주지만 동시에 단절시킨다. 편리하게 전송되는 만큼 메시지는 가벼워졌고 관심과 집중이 빠져나갔다. 카톡 메시지가 생기고 오히려 메시지를 안읽게 되고 10~20명씩 들어있는 단톡방에서 나의 무게는 반비례한다.

    업무에서도 부담이 가중됐다. 퇴근 후에도 손쉬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타고 가벼운 일처리가 자연스럽게 요청된다. 예전같았으면 "에이 그냥 두자. 내일 출근하면 물어보지" 했던 것들도 이제 수시로 아무렇지 않게 요구된다. 업무시간 이후에 카톡금지법을 만들자는 얘기가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다.


    SNS로 전해지는 느낌은 과거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던 때만 못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친구의 일상 정보가 올라오는만큼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의 필요성도 부지불식간에 줄어드는 것 같다. 더이상 남에게 궁금한 것도, 알고 싶은 것도 없다. 다른 사람들의 소식은 더욱 편하게 알게 되는데 막상 그 사람과의 연락은 단절되는 효과가 생긴다. 커뮤니케이션에 사람이 필요없다.

    원래도 그랬지만 카톡과 페이스북이 생긴 뒤로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사적인 일로 전화하기가 부담스럽다. 남의 고요할 일상에 굳이 카톡을 두고 전화로 간섭하기 미안하다. 또 바쁜 시간을 쪼개 전화를 받게하는 게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만나야 한다. 시덥잖은 얘기라도 만나서 한 번 얘기해보자. 아니면 전화라도 하자. 카톡으로 보냈는데 답장을 전화로 하면 아재같아 보이더라도 그렇게 하자. 

    The medium is the message...미디어는 메시지다 (마샬 맥루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