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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학자가 바라본 주식시장 :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
    문화생활/책 리뷰 2020. 5. 12. 22:24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

    저자 문병로 | 김영사 


    우연히 어떤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알게 된 책 '메트릭 스튜디오'. 과학적인 접근으로 주식시장을 살펴본다는 주제의식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투자관련 서적 중에서도 이 책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저자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라는 점도 무척 특색 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주식시장만큼 미신이 많은 곳도 드물 것이다. 주식투자 세계에서는 '골든크로스', '상한가', '정배열'과 같은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기도 하고, 실제 투자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처럼 생각하게 된다. 정보와 소문의 홍수 속에서, 상대적으로 이런 배경에서 자유로운 공학자인 문병로 교수는 주식투자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여러 전략들이 어떤 성과를 보여줬는지를 숫자와 그래프로 깔끔하게 보여준다.

    어떤 기법들은 투자성과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시장평균보다 못해서 결과적으로 미신으로 판명난 것들도 있고, 또 어떤 기법들은 놀랍도록 좋은 수익을 보여주기도 한다.


    투자를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사람들이라면 '효율적 시장이론'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시장에는 가용한 모든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어 있고, 또 뉴스는 가격에 즉각 반영되므로 시장 가격은 항상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책에서 몇 차례에 걸쳐서 '효율적 시장이론', CAPM 이론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이미 사망선고가 떨어졌다고도 표현한다.

    왜냐면 정보가 항상 시장에 반영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떤 전략에는 초과수익의 기회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주가의 움직임은 위의 이론들에 의해 잘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식시장에서 어떤 패턴을 발견하고, 또 어떤 재무지표들이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미리알고 있는 것을 유용하다고 말한다. 물론 과거에 그러했다고 해서 미래에도 항상 통한다는 뜻은 아니다.


    책의 내용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PER이 낮은 주식과 PER이 높은 주식을 비교해보면, PER이 낮은 주식을 들고 있을 때 PER이 높은 주식에 비해 좋은 성과를 보이는 편이다. PBR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PBR이 낮은 주식과 PBR이 높은 주식을 비교해보면 PBR이 낮은 주식의 성과가 좋았다. 또한 볼린저밴드의 폭이 좋을 때 주가가 상단을 돌파하는 것은 상당히 좋은 상승 신호다. 왜냐하면 그 이후로 주가 상승이 시장 평균보다 더 좋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손절매를 너무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예후가 좋지 않았다. 예컨대 5%만 가격이 떨어져도 바로 손절매를 하는 경우 큰 손실은 막을 수는 있었겠지만, 좋은 주식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중장기의 수익 기회를 놓치는 일일 수 있다. 그래서 대략 15% 내외로 손절매를 정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내용도 있다.

    실제 저자가 밝힌 여러 기법들을 가지고 본인의 투자에 적용할지 안할지는 개인의 자유인 것 같다. 그러나 개미투자자라면 자신의 감에 너무 의존하거나 주변 소문에 휩쓸려 테마주를 사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자신만의 전략을 쌓고 연마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투자를 하루 이틀만 하고 그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는 우리의 평생의 과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아쉬운 점은,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에 대한 내용을 자주 강조하는데도 불구하고 설명이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 서두에 수학적으로 한 번 정리해주면 더 깔끔한 내용이해가 될 것 같다. 또한 투자성과를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평균 위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의 표준오차와 함께 통계적 유의성을 함께 살펴봤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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